젤크운동기구 소설 제2부: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

“무게가 말해주는 것들”

6월, 여름의 열기가 몸에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땀은 더 자주 흐르고, 운동을 할수록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열기 속에서도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더 이상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제 11볼 도전해도 되겠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처음엔 힘들 거라 생각했던 무게. 하지만 꾸준히 쌓인 루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볼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느껴지는 압박감. 그 무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지금의 내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운동기구를 장착하고 마찰감을 느끼는 동안, 몸은 차분히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근육이 반응하고, 중심이 정리되며, 마음도 같이 다잡아졌습니다.

“기록을 넘어선 감각”

메디사이즈는 길이 쪽 체감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5월 5일, 드디어 13볼까지 끼워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자가테이프로 중간을 고정하고, 몸통을 연결한 후 버티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습니다. 첫날엔 5분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15분이 지나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몸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버티는 감각'이 바뀐 것입니다.

기록보다 중요한 건 그 감각이었습니다. 젤크볼 상태에서 손마사지를 시작하면, 전에는 없던 긴장감과 탄력이 생깁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몸과 소통하는 시간이 됩니다. 무언가를 확실히 해낸다는 기분. 그건 숫자보다 더 강력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기록”

어느 날, 심심하다는 이유로 1볼을 더 넣었습니다. 14개. 들어갔습니다.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 무게는 부담스럽긴 했지만, 들어간 것만으로도 확실한 자신감을 줬습니다. 길이는 여전히 16~17cm 사이였지만, 몸이 그것을 유지하려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변화는 분명히 진행 중이었습니다.

가장 의미 있었던 건, 이 모든 과정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SNS에 올리지도 않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단 하나. 내 몸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승리가 만드는 집중력”

이젠 운동이 끝나고 난 뒤의 여운이 더 강하게 남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타월로 몸을 닦을 때, 평소보다 허벅지와 사타구니 주변이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딘가 안정적이고, 어딘가 뿌듯합니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부위인데, 요즘은 그 감각이 분명해졌습니다.

집중력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삶도 정리됩니다. 물 마시는 습관, 스트레칭, 수면 시간까지. 하나를 잘하면 전부가 좋아진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몸의 루틴이 바뀌니 생활 리듬이 정리되고, 그 덕에 기분도 안정됩니다.

“운동은 몸을 넘어서 삶을 조율한다”

단순한 장착 운동이라 여겼던 젤크루틴이 이제는 하나의 리추얼처럼 느껴집니다. 조용히 앉아서 운동기구를 장착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하며 몸을 조율합니다. 그리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하루가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는 숫자보다도 크고, 주변의 누구보다도 분명합니다. 루틴은 삶의 엔진입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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