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은그립감

제3부: 조용한 확신

기살리자 2025. 6. 11. 16:31

 

“평범한 날들의 작은 교차점”

나는 평일마다 오전 6시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직장인은 아침 시간을 쪼개야 운동을 할 수 있기에, 내 하루는 해 뜨기 전부터 분주하다. 다행히 형이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어, 나는 새벽 운동을 마친 후 그곳에서 트레이너 보조로 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형은 대표 트레이너고, 나는 가벼운 루틴 지도와 회원 응대를 맡는다. 그렇게 형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풀며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을 마치면 2시간 정도 형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보조로 일하고, 샤워 후에는 본업 출근 루틴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아침마다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이 시간은 나의 하루를 지탱하는 엔진과도 같다.

그 루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익숙한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있다.  

운동 루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생활도 조금씩 조용히 정리되어갔다. 별다를 것 없는 날들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깔끔했다. 하루 한 시간, 내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웨이트존 한쪽 구석에서 운동 중 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얼른 닦으려는데,
바로 옆에 있던 여성이 조용히 티슈를 건넸다.


"이거 쓰세요." 

.

.

.

.

.
"감사합니다"

 

 

잠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이유 없는 긴장감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본능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마주했을 때 드는 그 짧은 숨 멈춤 같은 감정. 무의식적으로 정돈된 자세를 잡고, 등과 어깨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실수로 덤벨을 떨어뜨리는 순간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이미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그녀는 민망한 듯 웃었고,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어느 날은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던 그녀와 동시에 버튼을 누른 적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반복되며, 말은 없었지만 눈이 마주칠 때면 둘 다 익숙하듯 고개를 숙였다. 이름도, 직업도, 운동 루틴도 몰랐지만, 그런 우연은 오히려 마주침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헬스장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했고, 나는 그런 우연이 계속되는 걸 그저 흘려보내지 않게 되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 러닝머신을 마친 뒤, 웨이트존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강하지 않고, 뭔가 정리된 느낌의 향. 나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고, 앞서가던 그녀가 있었다. 순간 눈이 마주친 건 아니었지만, 향기를 따라 고개를 들었던 나와 그녀의 동선이 겹치며 가볍게 어깨가 부딪혔다.

"아, 죄송해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제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나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짧은 마주침이 전부였지만, 이상하게 그 향이 이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우연이 쌓여 만들어지는 감정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비슷한 타이밍에 기구 앞에서 마주쳤고, 샤워실 앞에서 줄을 서다 나란히 선 적도 있었다. 직접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작은 우연이 반복되자 그녀의 존재가 이전보다 또렷해졌다. 지나가는 존재였다. 러닝머신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할 때 마주치고, 샤워실 앞에서 마주치고, 때론 같은 타이밍에 입장하거나 나가기도 했다. 전형적인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의 위치.

서로 인사도, 대화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이유를 굳이 찾지는 않았다. 다만, 자주 마주치는 사람 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건 분명했다.

이상하리만치, 그녀와는 자주 겹쳤다. 처음엔 그저 동선이 비슷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두세 번은 꼭 얼굴을 보게 되자, 마음속에 묘한 리듬이 생겼다.

그녀가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순간과 내가 스트레칭을 마치는 시간이 겹칠 때면, 묘하게 시선이 엇갈리곤 했다. 어떤 날은 먼저 들어오고, 어떤 날은 나보다 늦게 입장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짧게 눈이 마주치거나, 타월을 집다 손이 스치는 일도 있었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계속되자,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나 자신에게도, 그녀에게도 부담이 없게.

 

 

조금씩 드러나는 반응


운동을 마치면 곧장 샤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하체 루틴이야?" 형이 물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프론트 데스크 쪽으로 향한다.

운동이 끝난 뒤 2시간은 형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보조로 일한다.

전문 자격은 없지만, 루틴 상담이나 간단한 자세 교정은 충분히 맡을 수 있다.

그렇게 몸을 쓰고, 땀이 마르면, 출근 준비를 한다. 내 일과는 늘 이 순서로 흘러간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로 향하려던 순간, 여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실내 탑의 등 지퍼가 반쯤 열린 채, 운동 중 흘린 땀에 달라붙어 스스로 닫기 어려워 보였다. 흘러내리려는 걸 겨우 붙잡고 있던 그녀는 곤란한 듯 주위를 살폈다. 샤워 타월로 가리긴 했지만 뭔가를 찾는 눈치였다.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다가가, 내 운동 가방에 있던 여분의 작은 세탁 클립을 꺼내 건넸다.

"이걸로 고정해 보세요. 임시방편이라도…"

그녀는 당황 속에서도 짧게 웃었다. “감사해요… 진짜 난감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그녀의 눈빛은 전보다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부끄러움과 고마움이 섞인 감정이 스치듯 보였다.

 

 

그게 첫마디였다. 가볍게 인사한 정도였지만, 그날 운동 내내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나는 평소처럼 내 루틴을 지켰고,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자기 루틴을 이어갔다. 다만 그날 이후로, 눈이 마주치는 빈도가 잦아졌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를 인식하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그게 호감인지, 단순한 익숙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씩 그 감정을 바라보게 됐다. 내 쪽에서 먼저 움직이기보다, 그 흐름을 지켜보자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웨이트존 끝자락에서 그녀가 갑자기 넘어졌다. 러닝 후 하체 운동 중이었던 그녀가 무게 중심을 잃고 그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흘끗 쳐다보기만 했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발목을 살폈고, 경미한 접질림처럼 보였다.

 

 

"괜찮으세요?"

내가 묻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어나려다 다시 무릎을 꿇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해 벤치 쪽으로 데려갔다. 내 가방에 항상 넣어두는 냉찜질팩을 꺼내 건넸다.

"여기 이거, 차가울 거예요. 잠깐 대고 계세요."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저 진짜 민망하네요.”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루틴이 만들어내는 태도 

내가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는 나만 안다. 젤크운동기구라는 구체적인 루틴도,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정돈해주고 있는지도 오직 나만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행동과 자세, 말투 속에서 그 변화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운동을 마친 뒤에도 일정한 시간 동안 기구를 착용한 채, 몸의 중심을 다잡는 데 집중한다. 짧은 루틴이지만 매일 이어지니 정신이 맑아지고, 하루가 한결 또렷하게 정돈된다.

어떤 날은 익숙한 마주침이 지나가고, 또 어떤 날은 고요한 운동 속에서 내 안의 리듬만이 흐른다. 마음을 흐트러뜨릴 일이 많아도, 이 조용한 루틴이 나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온다. 주변은 바뀌어도, 나의 방식은 그대로 간다.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변화 

나는 여전히 내 길을 걷는다. 운동을 하고, 루틴을 지키고, 조용히 변해간다. 그러면서 어쩌다 마주치는 그녀와의 순간들을 마음 한켠에 담아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나쁘진 않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언젠가 이 흐름이 무언가로 이어진다면, 그건 분명 내가 지켜온 시간들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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