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크사이즈 소설: 다시 걷는 길 제1부: 다시 붙잡은 그립감

“몸이 기억하는 의지”

한동안 운동을 멈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바쁘기도 했고, 솔직히 좀 귀찮았습니다. 뭔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랍 한쪽에 묵혀 있던 JP생활건강의 젤크운동기구를 꺼내 들었습니다. 손에 쥐는 순간, 마치 손아귀가 그립감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 반응했습니다. 그 조용한 반응 하나에, 내 안의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틀에 한 번, 한 시간씩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0볼로 시작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볼을 끼우며 ‘이 느낌, 오랜만인데?’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무게감도, 마찰감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집중력이 돌아오고, 자세가 바르게 잡히고, 무엇보다 내 몸의 중심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운동이 바꾼 루틴, 루틴이 바꾼 나”

운동 중간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합니다. 볼을 하나씩 끼우며 ‘이걸 내가 다 해냈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날 하루가 괜히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엔 그런 게 없었습니다. 일을 해도, 운동을 해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젤크운동기구를 다시 손에 쥔 이후로는 달라졌습니다. 아주 단순한 루틴이지만, 끝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생활 속 작은 습관이었습니다. 아침에 더 일찍 눈이 떠졌고, 샤워할 때 거울 속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전엔 그냥 지나쳤던 내 모습이, 요즘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괜찮다’,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작은 변화가 만드는 존재감”

출근할 때 어깨가 펴지고,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힘이 실립니다. 회의 시간에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깁니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졌고, 말끝마다 흐리던 목소리가 또렷해졌습니다. 내가 바뀐 겁니다. 운동 하나 바꿨을 뿐인데, 내 일상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가끔은 귀찮고, ‘오늘은 쉬어볼까?’ 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구를 착용하고 5분만 지나면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 흐름을 끊지 않으려 애씁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보여줄 것도 없지만, 매번 기록을 갱신하고 싶어집니다.

“루틴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지금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하나씩 더 끼우는 것. 기록보다 중요한 건 매번 루틴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작지만 강하게, 나 자신에게 ‘오늘도 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 그게 지금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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