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크운동기구 소설 제4부: 말은 없어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요즘 들어 아침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체온보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그 감각이 온몸을 깨운다. 이전에는 억지로 일어났던 새벽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루틴이라는 이름의 감각이 나를 자연스럽게 일으킨다.

운동기구를 착용하고 몸의 중심을 가다듬는 시간. 젤크운동기구는 단순한 장착이 아니라, 내 하루를 열어주는 리추얼이 됐다. 그것을 끼우는 순간, 몸이 긴장을 기억하고 마음이 목표를 상기한다. 중심이 흐트러진 날도 있었지만, 이 루틴 덕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운동이 끝나면, 형의 헬스장에서 2시간 정도 보조 트레이너로 일하는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루틴 상담을 하다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초보 회원에게 자세를 알려주고 있었다. 익숙한 리듬, 익숙한 구간.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자세 교정을 마친 뒤, 정리 중이던 나를 향해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웨이트존 너머, 그녀가 수건으로 목을 닦으며 내 쪽을 힐끔 바라봤다. 내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괜히 민망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은 말을 걸어볼까.’

 

“의도하지 않은 대화”

운동이 끝나고, 땀을 닦고 있던 찰나. 샤워실 입구에서 마주쳤다. 타이밍이 딱 겹친 것이다. 어색하게 시선을 마주쳤고, 이번엔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아까… 덤벨, 안 다치셨어요?”

그녀는 전에 자기도 떨어뜨렸던 덤벨이 생각났는지 웃으며 물었다.

“괜찮아요. 덤벨보다 무거운 거, 많이 들어봤거든요.”

의도치 않게 농담조로 답했다.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 후로 몇 마디 짧은 대화가 더 이어졌다. 오늘 무슨 운동했는지, 근육통은 어떤지, 추천하는 스트레칭 루틴이 있는지.

우리는 의식적으로 대화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알리려는 목적도 없었다. 그저, 운동 후의 마른 땀처럼 가볍고 산뜻한 대화가 오갔다.

 

“말보다 중요한 것들”

그날 이후로, 내 루틴은 더 분명해졌다. 아침 운동에서 몸을 가다듬는 자세, 무게를 들어올릴 때의 호흡, 트레이너 보조로 상담할 때의 시선까지도 모두 약간 더 정제된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본다는 의식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선명히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마주치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의 운동 루틴에서 흐름이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스트레칭을 마치는 순간, 그녀는 러닝을 끝냈고, 샤워실에서 나올 때쯤 그녀는 입구 쪽에서 수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작은 교차점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내 하루는 이상하게 단단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운동을 마친 뒤 수건을 정리하다가 다가왔다. 살짝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말을 꺼냈다.

"그때 클립 주신 거랑... 예전에 덤벨 떨어뜨렸을 때도 그렇고, 고마웠어요."

나는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었어요.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그녀는 눈을 피하며 웃더니, 조금 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혹시... 시간 있으세요? 그냥... 감사 인사도 할 겸."

그 순간, 내 심장은 운동할 때보다 더 분명히 고동쳤다. 무거운 바벨을 들며 버텼던 긴장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누군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살짝 웃으며 내 팔을 톡 건드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따뜻한 터치와 함께 은은한 땀 냄새 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향기가 스쳤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겉으로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시간 괜찮아요."

“루틴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말은 없어도, 사람은 변한다.

집으로 돌아와 조용한 저녁이 되면, 나는 습관처럼 방 안 불을 낮추고 운동 가방을 꺼낸다. 젤크운동기구를 꺼내는 이 루틴은 헬스장과는 전혀 다른,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적당히 따뜻한 물로 몸을 정리한 뒤, 조용한 음악 하나 틀어놓고 운동기구를 장착한다. 단순한 장착이 아니라, 내 몸의 중심을 다시 느끼는 집중의 시간이다. 누군가 보는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한 은밀한 훈련이다.

하루의 온갖 소음을 내려놓고 이 루틴에 들어서면, 생각이 정리된다. 몸의 압박감, 손끝의 감각, 중심을 세우는 호흡 하나하나가 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그날 있었던 말들, 감정의 파편들, 흐트러진 나의 자세가 이 루틴 속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젤크운동기구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회복 도구였다. 숫자가 아니라 태도, 근육이 아니라 의식. 나를 바꾸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이 조용한 리추얼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이 은밀한 루틴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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