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크운동기구 소설 제1화. 새벽의 변명

오늘도 새벽 5시. 얄밉게도 정확하게 눈이 떠졌다. 알람보다 먼저 깨어나는 건 멋진 일이라기보다,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든다. 나를 깨운 건 책임감이 아니라, 아마도 속쓰림일 거다. 전날 밤 야식으로 먹은 떡볶이가 문제였겠지. 냉장고를 열고, 물 한 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40대. 더 이상 청춘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진 나이다. 젊은 시절엔 몰랐던 피로감이 아침마다 무겁게 어깨에 내려앉는다. 거울 앞에 서서 인사도 없이 훅 다가온 중년의 얼굴을 바라본다. 눈 밑은 부어 있고, 머리카락은 하나 둘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러다 진짜 나이만 먹는 건가…”

출근 준비는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면도, 세수, 셔츠, 정장바지.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다가, 문득 거실 한켠에 세워둔 박스를 봤다. 며칠 전 충동적으로 주문한 'JP생활건강'의 젤크운동기구. 리뷰도 많이 찾아보고,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결제 버튼을 눌렀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남자'로서 무기력해지는 게 가장 먼저 두려웠던 것 같다. 체력도, 자신감도, 어느샌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졌으니까. 나름 운동도 해봤지만 헬스장은 오래 못 가겠더라. 시간도 안 맞고, 무엇보다 지루했다.

그날 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글 하나. "단순한 반복이 남자를 바꾼다"는 문장이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그게 JP생활건강 제품 광고였는지, 사용자 후기였는지는 기억 안 난다. 하지만 뭔가, 나도 한번 해보자 싶었다. 다시 뭔가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박스를 열었다. 기구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생겼다. 설명서를 몇 번 읽고, 영상을 두세 번 돌려본 뒤 따라 해봤다. 처음엔 어색했다. 뭐 이런 걸 한다고 달라질까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남들 눈치 볼 필요 없고, 시간도 많이 안 들었다. 딱 그거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10분.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새벽에 깨는 김에, 물 마시고, 거울 한 번 보고, 그리고 10분. 젤크운동기구를 들고 앉아 천천히 호흡을 맞춰봤다. 움직임은 단순했고, 반복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게 되더라.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운동이 끝난 뒤, 몸이 달라졌다는 느낌은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은 좀 정돈됐다. 뭔가를 했다는 작은 성취감 같은 게 있었다. 그렇게 그날의 아침을 마무리하고 출근했다. 회사에서 내 얼굴을 보던 동료가 말했다. “형, 오늘 얼굴 좀 펴졌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뭐든 시작은 그런 거겠지. 티도 안 나고, 별것 아닌 거 같아도.

 

이 콘텐츠는 개인적인 루틴 경험을 토대로 각색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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