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크운동기구 소설 제9화 주말의 재구성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주 조용히 놓여 있는 익숙한 기구 하나. JP생활건강 젤크운동기구. 처음 이걸 꺼내던 날이 떠올랐다. 반쯤 장난처럼, 반쯤은 진지하게. 변화라는 단어가 낯설고, 노력이라는 말에 지쳐 있었던 그 시절. 그래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으니, 지금 여기에 다시 손이 가는 거겠지.

주중 내내 바쁜 일정에 지쳐 제대로 루틴을 못 챙겼다. 정신이 빠듯해지니 몸도 뒤따라 처진다. 몸은 기억한다. 규칙적으로 반복하던 자극이 사라진 날부터, 하루의 무게가 다시 무거워졌다는 걸. 그래서 오늘 아침, 서랍을 열었다. 나 자신에게 다시 말을 걸기 위해.

 

이번에는 볼도 바꿔봤다. 기존에 쓰던 단단한 볼 대신, 새로 나온 말랑한 볼을 꺼내 장착했다. 익숙한 그립감과는 조금 달랐다. 좌우 비대칭처럼 처음엔 착용이 다소 어색했다. 후기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같은 볼이 아니니 모양이 조금 맞지 않기도 하고, 말랑하다 보니 더 많은 볼이 필요한 느낌이었다. 눌림이 크고, 그만큼 체감 자극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피부에 직접 닿는 감촉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것. 양말을 감싸지 않아도 맨살에 쓸림이 덜하고, 찝힘도 거의 없다. 아침에 급하게 착용해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루틴에 진입하기가 더 쉬워졌다. 불편해서 미뤄두는 일도 줄어들 것 같았다.

 

오늘은 그 말랑한 볼을 끼운 채로 15분간 집중했다. 손에 익은 동작, 압력 조절, 몸의 반응. 그 안에서 새로운 감각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무게감이 있고, 깊이 있는 자극은 그대로였다. 익숙했던 자극이 아닌, 새로운 리듬에 몸을 맞추는 느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자극이었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이상하게 그 감각이 계속 남았다. 볼을 빼고 정리하는 순간까지도 그 여운이 이어졌다. 기구를 깨끗이 닦아 다시 서랍에 넣으면서, 문득 예전의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막연했던 그 결심이, 지금은 꽤 단단해졌다는 걸 느꼈다.

 

점점 줄어들던 볼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까? 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후기를 썼던 사용자들처럼, 나도 다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적응해갈 것이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것. 장비가 바뀌어도 루틴은 계속된다.

 

오후가 되어,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일지 몇 줄을 적는다. ‘오늘은 새로운 볼로 첫날. 생각보다 감각이 좋았다. 당장은 불안정하지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속엔 작은 다짐이 담겨 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시원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네를 걷는다. 뭔가를 시작한 사람의 기분이란 게 이런 걸까. 특별할 것 없지만, 분명 어제와는 다른 마음이다.

 

JP생활건강 젤크운동기구는 내게 단순한 운동기구가 아니다. 어느새 내 몸과 삶의 균형을 찾아주는 조용한 안내자다. 그것이 서랍 속에서 다시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옆에 새로운 볼이 놓였다는 사실이, 오늘 내게는 충분히 특별했다.

 

요즘 무지 피곤하다. 단순히 잠을 못 자서 그런 피곤함이 아니라, 무언가를 깊이 몰입해서 쏟아낸 뒤에 오는 그 묵직한 피로감이다. 마치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한 느낌. 이런 날엔 억지로 더 움직이기보다, 잠을 깊이 자고, 충분히 쉬는 게 필요하다. 회복이란 건 그렇게 쉬는 순간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 후엔, 분명히 더 강인해진 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 콘텐츠는 개인적인 루틴 경험을 토대로 각색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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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크사이즈 소설 제10화 꾸준함의 온도